슬릿 세미 플레어드 트라우져
익숙함과 새로운 실루엣 사이에서
바로 소개 드릴 아이템은 ‘세미 플레어드 트라우져’ 입니다.
밑단이 넓은 바지는 과거에는 나팔바지 → 부츠컷 팬츠 → 플레어 팬츠라는 이름으로 진화해왔습니다. 핏의 변화와 함께 말이죠.
그리고 과거 나팔바지와는 다르게 허벅지는 살짝 여유 있어지되 밑단은 좁아져 플레어 팬츠가 탄생했죠.
그리고 플레어 팬츠는 분명 매력적인 형태입니다.
다리가 길어 보이고 익숙한 스트레이트 팬츠보다 훨씬 더 분명한 핏을 남깁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쉽게 과해질 수 있는 형태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켄드릭 라마가 슈퍼볼에서 셀린느의 플레어드 진을 입었는데 메가 트렌드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쪽 시장의 느낌을 얼추 파악 가능하죠. 주류로 잡지 않게 될 것을 직감했습니다.
조금만 밑단이 넓어져도 부담스러워지고 조금만 힘이 과해도 일상복보다는 너무 힘을 준 스타일의 옷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스트레이트 팬츠에 익숙한 분들에게 플레어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는 실루엣이기도 합니다.
이번 트라우저를 만들며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플레어의 장점은 남기되 플레어라는 사실이 먼저 보이지는 않게 만들 수 있을까? 플레어에 익숙한 고객 말고 플레어를 접해보지 못한 고객들에게 옷의 다양한 즐거움을 만들어보자.
이번 아이템은 그 경계선을 조정하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바지의 핵심은 플레어가 아니라 균형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입었을 때는 다리선이 조금 더 길고 정리되어 보이는 바지.
멀리서 보면 과하지 않고 가까이서 볼수록 미세한 차이가 쌓여 있는 바지.
물론 저는 다양한 옷을 활용하지만 고객분들의 니즈가 이런쪽도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템은 일반적인 플레어 팬츠보다 부담 없는 실루엣을 구현했습니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패턴을 세 번에 걸쳐 수정했습니다.
무릎 아래에서 퍼지는 각도를 조금씩 다시 조정했고 그와 매칭되는 밑단구현을 위해 말이죠.
결국 스트레이트와 세미 플레어의 사이에 놓이는 실루엣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사실 스트레이트 팬츠도 옷을 펼쳐 놓았을 때만 곧게 보일 뿐 입었을 때는 구조적으로 밑단이 점점 좁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허벅지가 커질수록 이는 더 심해집니다.
반면 이번 트라우져는 펼쳐놓으면 분명 플레어드에 가깝지만
실제로 입었을 때는 무릎에서 밑단까지 자연스럽게 떨어지며
밑단만 은은하게 퍼지는 인상을 만듭니다.
이 바지를 설명할 때 바지가 옆과 뒤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허리 뒷부분에는 슬릿 벤트를 넣었습니다.
앉았을때 허리의 여유분을 주고 뒷모습의 긴장감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너무 포멀한 정장 팬츠처럼 보이지 않도록 조정하는 디테일이기도 합니다.
백포켓은 사선으로 정리했습니다. 정적인 트라우저보다 인상이 덜 딱딱해지고
뒤태가 조금 더 날렵하게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단추 역시 달지 않았습니다.
가능한 한 군더더기를 줄이고
미니멀한 실루엣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모닝컷(앞 뒤 단차를 주어 신발 앞쪽 턱이 걸리는 것을 최소화 하는 기법)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습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는 디테일은 아니지만 신발 위에 바지가 떨어지는 인상을 조금 더 길고 매끄럽게 만들어줍니다.
좋은 바지는 앞모습만 반듯해서는 부족합니다.
옆선과 뒷모습까지 정리되어 있을 때 비로소 전체 무드가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트라우저에는 스트레치성이 있어 활동이 편한 일본산 고급 울 혼방 원단을 사용했습니다.
입었을 때 지나치게 얇아 힘없이 무너지지도 않고
반대로 너무 두껍고 무거워 둔해 보이지도 않는 균형을 잡고자 했습니다.
이번 바지에서 비교적 독특한 시도 중 하나는
원단의 앞면과 뒷면을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게 사용한 점입니다.
사진의 왼쪽은 원래의 ‘겉면’이고 오른쪽은 원래의 ‘안쪽면’입니다.
보통은 원단의 겉면이 바깥으로 오고 안면이 몸쪽으로 갑니다.
하지만 원단을 뒤집어 사용했을 때 표면의 질감과 광택감이 더욱 이 바지의 의도에 맞는 것을 파악했고 모험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레어는 잘 쓰면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매력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이번 아이템은 바로 그 사이를 다루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다리를 조금 더 길어 보이게 하지만 과하지 않고 인상을 조금 더 분명하게 만들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바지.
스트레이트만으로는 조금 아쉬웠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플레어는 아직 부담스러웠던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직은 쇼룸이 없어 직접 대면으로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대신 일정 기간 무료 교환 및 반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직접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나 여기로 문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