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CRAFT / 원단
ARCHENIS의 제작 과정
옷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SPA 브랜드 부터 명품브랜드가 옷을 만드는 방법은 거의 대동소이 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아니기도 하고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오늘은 아르케니스의 옷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일부를 공유드리고자합니다.
1. 원단
디자인 보다 원단이 먼저 나와서 조금 의아하실 것 같습니다.
보통은 디자인이 먼저이고 원단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도 처음에는 디자인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원단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작업하다 보면 결국 한 가지 문제에 자주 부딪히게 됩니다.
디자인은 완성됐는데 그 옷을 제대로 구현할 원단을 찾지 못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면 처음 머릿속에 있던 실루엣과 분위기는 흐트러지고 결국 종이 위에서는 좋았던 디자인이 현실에서는 힘을 잃게 됩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원단이 받쳐주지 못하면 끝내 환상 속 디자인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7할 정도는 원단 선택을 먼저 진행하고 디자인을 진행하게 됩니다. 간혹 이 디자인은 무조건 해야겠다 라고 생각이 들면 3할 정도는 디자인을 먼저 진행하고 원단을 찾게 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원단 선택은 감각이 아니라 물성의 판단
원단을 보고
‘어 이거 예쁘다!’
‘고급스러워 보인다’
‘분위기 좋다’
같은 느낌만으로는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신축성은 어떤지, 강도는 충분한지, 드레이프는 어떻게 떨어지는지,
광택은 어느 정도인지, 촉감은 어떤지, 흡습성과 복원력은 어떤지.
이런 요소들이 먼저 읽혀야 그다음에야 비로소 이 원단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가 보입니다.
감사하게도 디렉터인 저는 섬유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덕분에 원단을 볼 때도 단순히 원단의 느낌보다
원단의 구조와 각 소재의 보편적 특성을 바탕으로 기계적 성질과 물성의 조합, 실의 굵기와 꼬임 그리고 천연섬유와 합성섬유 각각의 장점을 함께 검토합니다.
그 위에서 이러한 조합이 실제로 어떤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지를 먼저 봅니다.
이런 이해 없이 원단을 선택하면 설령 디자인이 좋아도 구현은 흔들리기 쉽습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어떤 원단은 원하는 실루엣을 받쳐주지 못하고 어떤 원단은 패턴의 의도를 살리지 못하며 또 어떤 원단은 입는 순간 기대했던 감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 떄문입니다.
그래서 아르케니스는 원단을 고를 때 늘 세 가지를 함께 봅니다.
첫째는 디자인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가
둘째는 입었을 때 어떤 감각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가
셋째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전체 룩과 조화를 이루는가입니다.
가공된 원단을 소싱 할 때도 있지만 이후 필요하다면 별도의 가공을 통해 수축률을 안정화하고 광택이나 방수성, 내구성과 같은 기계적 특성을 보완하기도 합니다.
아르케니스는 목적에 맞춰 한국, 터키, 이탈리아, 일본의 일반 원단과 고급 원단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출처의 이름값이 아닙니다.
그 원단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떤 옷에서 어떤 성능과 분위기를 낼지 정확히 판단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피드백 하며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원단의 퀄리티와 혼용률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소재는 쓰지 않습니다.
즉 원가를 낮추고 낮춰 저가 의류의 기본이 되는 저가 원단은 이용하지 않습니다.
당장은 빠르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결국 원가 절감하면 나중에 다 돌아옵니다.
다른곳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퀄리티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됩니다.
좋은 옷은 결국 좋은 판단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첫 번째는 언제나 원단입니다.
소싱 - 한국
그렇다면 아르케니스는 원단을 어디서 소싱할까요?
이 역시 정말 많은 발품을 팔고 얻은 결과물입니다. 지금도 계속 노력중이지만 말이죠.
좋은 원단, 최상급의 원단을 공수 받기 위해 한국 내에서 한국 원단 업체들을 찾았고 거래 중에 있습니다.
지금은 그 빈도가 줄고있지만 우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동대문종합시장에서도 소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르케니스의 모든 옷 라인을 고가로 하기에는 아직 이상적인 부분이라 일반적인 원단도 필요합니다.
평균적으로 1개월에 1회 이상은 직접 발품을 팔며 새로운 원단을 보고 원단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원단의 제안이나 업계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합니다.
또한 동대문 외에 발품 팔아 발견한 원단시장에서 소싱을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도 찾을 수는 있지만 이 시장은 여전히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정보가 많습니다.
아르케니스는 끊임없이 더 좋은 원단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섬유가 지닌 힘을 믿기 때문이며 20대 시절 매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했던 원단이 지금도 저희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모든 선택지가 아르케니스의 방향과 맞는 것은 아닙니다.
대중적인 시장에서는 기본 원단과 범용적인 소재가 많은 만큼 그 안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 됩니다.
원단과의 타협은 없습니다.
단순히 특장점을 나열하는 방식의 소개는 지양하지만 원단만큼은 예외입니다.
소싱 - 해외 프리미엄 원단
하지만 메인 원단 전부를 동대문과 이 외의 몇 몇 거래처로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안에서만 옥석을 가려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국내 유통사를 통해 해외 원단을 들여오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직접 해외 소싱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해외 고급 원단을 소싱을 위해 어렵게 소싱처를 발굴했고 지금은 3+a곳에서 고급/해외 원단을 수입 및 소싱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실제 유럽 럭셔리 하우스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계열의 원단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최고의 럭셔리 하우스에서 실제로 동일하게 사용하는 원단과 같은 것을 종종 이용하기도 합니다.
단지 이름값 때문이 아닙니다.
그만큼 검증된 구조와 밀도 표정과 완성도를 가진 소재가 실제 옷의 분위기를 얼마나 바꿔놓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셀린느, 디올, 루이비통에서 실제 컬렉션에서 사용하는 원단을 말이죠.
아르케니스는 상시 대량으로 반복 생산하기 쉬운 소재보다 한정된 수량 안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소재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그만큼 리오더가 어려운 경우도 많고 한 번 지나가면 다시 구할 수 없는 원단도 적지 않습니다.
좋은 원단과 좋은 타이밍이 만나 탄생한 옷이 지니는 밀도와 희소성 또한 아르케니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26년 하반기에는 일본, 북아프리카와 인근 유럽 에서 현지 직수입을 통해 더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원단을 소싱해올 계획이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원단을 고르는 방향
저희 작업실에 있는 스와치 중 일부입니다. (스와치는 원단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놓은 견본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우리는 보통 바로 대량의 원단을 들이기보다 먼저 스와치를 통해 범위를 좁혀갑니다.
그리고 의류 카테고리와 디자인 방향에 맞는 후보를 추린 뒤 다시 비교하고 검토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예뻐 보이는지를 보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의 다른 아이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원단의 기계적 특성이 의도한 실루엣을 받쳐줄 수 있는지, 실제로 물과 마찰, 세탁과 사용을 거쳤을 때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까지 함께 살핍니다.
필요하다면 직접 물을 묻혀보고 세탁해보고 수축과 표면 변화를 확인합니다.
더 정밀한 판단이 필요할 때는 시험 연구소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눈으로 봐서 좋은 것과 실제로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은 늘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섬유 공학을 전공하다보니 같은과 졸업생 중 많은 동기 선후배들이 시험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익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섬유 원단은 저에게 있어 제 1순위 그 이상입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학과 이기도 하고 사양산업이라고 진학하는 학생도 적었던 섬유 공학.
제가 졸업할 무렵에는 대부분의 섬유 관련 학과가 신소재나 반도체 계열로 재편되던 시기였습니다. 전공 과목의 선택과 진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옵션도 있었지만 그 격변기 속에서도 끝까지 섬유를 고수했습니다. 그냥 이게 좋았습니다.
아르케니스에게 원단은 단순한 시작 재료가 아니라, 옷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에 가깝습니다.
좋은 옷은 종종 디테일에서 갈린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더 앞에는 늘 좋은 재료를 끝까지 가려내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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